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오겡끼데스까’라는 말은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1995년 영화 에 등장한 이후 유명해진 이 문장은 숱하게 회자되고 패러디가 되어왔으니.94년에 대학에 입학한 나는 사실 이 영화를 소위 어둠의 경로를 통해 처음 보았다. 당시 한국에서 일본영화는 상영금지였기 때문이다. 뭘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가 아니었던가.그 무렵 대학가 골목에 위치한 영화카페라는 곳에 가면 어두컴컴한 실내에 걸린 조악한 스크린을 통해 일본 영화를 보는 일이 가능했다. 자막
마침내 영화 이 그 웅장한 실체를 드러냈다. 개봉 첫날 관객 38만 동원으로 일단 흥행 청신호가 보인다.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영화 공개 직 후 평자들의 다양한 리뷰들이 나왔다.그 가운데 우선 관심을 끄는 주장은 이순신 역의 박해일의 대사가 너무 없다는 지적이었다. 요컨대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일견 맞는 말이다.하지만 그 말을 뒤집으면 이는 에서 카리스마 쩔었던 이순신을 볼 수 없어서 아쉽네요, 뭐 그렇게 읽혀진다. 모름지기 조선불패 장군이라면 최민식 정도의 강렬한 포스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리라
2022년 7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안전 이별이 가능할 지 겁이 난다. 정확한 발생 원인을 알지 못 한 상태로 지난 3년여를 우리는 정체 모를 바이러스와 동거해왔다.많은 이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크고 작은 증상들로 괴로워했다. 사망자 수도 어마어마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지 못 했고, 마스크를 쓴 얼굴에 익숙해진 나머지 ‘마기꾼(마스크 쓴 사기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인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언제나 그랬듯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영화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는 단연 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천재 우영우 변호사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다룬 이 드라마는 자그마한 방송사를 상종가로 만들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SNS에서도 난리다. 나도 아주 짧은 멘트를 단 적이 있다. 이 드라마의 인기에는 “거꾸로 읽어도, 제대로 읽어도 우영우”를 외치면서 씩씩하게 등장하는 박은빈의 천재적 연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동급 최강이라고 칭찬할 만하다. 선배인 정명석 변호사를 맡은 강기영도 새로운 발견이다 싶을 정도로 적역을 맡았다.하지만 이 드라마에
를 보았다. 전 지구적 스타의 주위에는 이 스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스타는 그 사람들 때문에 결국 죽어간다, 라는 이야기는 새로운 건 아니다. 이 영화가 새로운 건 복잡한 연대기와 다양한 시점을 오가는 그 서술의 탁월함 때문이다.안타고니스트이자, 이 영화의 서술자인 매니저의 보이스오버로 영화는 시작하지만 영화는 교묘하게 그 서술의 내부에서 엘비스 본인과, 엄마, 아내, 비비킹과 같은 동료 가수들의 관점들을 중첩시킨다.우리는 매니저의 관점을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매니저는 마치 그 스스로 기획한 거대한 쇼를 보여주듯 엘비
괴팍한 성격의 치매 걸린 할머니아픈 노모의 병원비 대려고 요양보호사로 남의 엄마 간병하러 다니는 넉살좋은 간병인 츤데레 스타일의 이모, 친절하게 다가오지만 꿍꿍이가 있었던 매일 미용실에 놀러오는 아줌마. 의도가 있던 선행-김인권 약장수가 생각이 남.노인 꼬드겨 사기 치는 못된 것들.말임씨의 효자아들 이지만 정말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 맞고 혼자도 괜찮다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부담스러워하면서도 책임감에 무리하게 돌보려하는 아들이 이해되는 마음.차라리 속 터놓고 할머니가 얘기 할 사람은 계속 거절해도 툴툴거리며 찾아오는 요양보호사 이모
영화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이는 다른 말로 ‘사랑할 결심’이다.강박증과 직업의식에 높은 프라이드를 가진 남자주인공 형사 해준(박해일). 중국인으로 나이 많은 한국 남자와 결혼해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남편의 폭력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던 여주인공 서래(탕웨이).어느 날 서래의 남편이 높은 산 위에서 떨어져 죽고 그녀는 마침내. 라는 말로 남편의 죽음에 모호한 암시의 단어를 남긴다. 그건 순전히 서래의 서툰 한국말 때문인 것 같지만 동시에 남편에 대한 서래의 양가적 감정이 투사된 단어다. 형사 해준이 그것을 놓칠 리가 없다.마침내. 심장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가 있다. 몇 번씩 본 영화임에도 TV에서 방영 해주면 또 볼 정도로 애정하는 영화. 와 , 그리고 1990년 ‘게리 마샬’ 감독의 이다.세 편 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여성의 이야기로 여심을 저격하는 장면도 많은데다가 영화 음악이 뛰어나며, 주인공을 맡은 배우가 매력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영화 으로 당시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영화에서처럼 헐리우드의 ‘신데렐라’가 되었고, 연이은 흥행실패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
7월 6일 연극 초대 이벤트에 당첨되어 느낀 감정 그대로 관람 리뷰를 올립니다. #1. 회상어른 진구가 집에 방문해 눈앞에 펼쳐지는 과거. 이렇게 회상하는 설정이 사실 새롭진 않더라도, 덕분에 더 재밌게 몰입했던 것 같아요. 이 작품에선 회상 덕분에 현재 이야기라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2. 연기모든 출연자분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어요. 특히 할머니 연기 하실 때, 아내와 엄마를 함께 연기하실 때, 술에 취한 아버지도 인상 깊었고요. 옛날이야기인데도 진구는 물론, 현숙 찬숙, 정양, 성구까지 모두 몰입하게 됐어요
누구나 죽기 전에 한번쯤 가보고 싶은 도시가 있다. 내게는 그 곳이 체코의 프라하다. 계절은 봄이었으면 좋겠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하나는 영화 때문이다.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의 당 제 1서기였던 둡체크와 지식인들을 중심으로 일어난 자유화 운동을 ‘프라하의 봄’이라 한다. ‘필립 카우프먼’ 감독의 영화 은 체코 작가 ‘밀란 쿤데라’의 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으로, 영화 제목에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1968년의 체코가 배경이다.‘밀란 쿤데라
드라마 '파친코'는 애플tv에서 만든 한국역사드라마다.총 8부작에 윤여정과 이민호가 출연했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그린 작품이지만, 원작도 제작도 감독도 모두 미국이다. 3개국어가 혼용돼서, 영어, 일본어, 한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아니면 자막이 필수인 작품이고 제작과 배포도 미국 애플tv에서 했다. 그러면 ‘파친코’는 어느 나라 작품인 걸까? 사실 최근에는 ‘한국작품’이나 ‘미국작품’이라는 구분이 모호해졌다. 전통적으로 어느 나라의 작품이냐는 질문의 대답은 단순했다. 그 나라의 자본과 감독과 배우들이, 그들의 정서와, 언어로 만들어서
기대를 좀 했지만 많이 실망스러웠다. 중간에 나오고 싶을 정도였다면 과한 표현일까?(실제 중간에 나간 관객도 꽤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뭘 얘기하고자 하는지 그 패가 너무 빤히 읽히고 그 뻔한 패를 풀어가는 방식 또한 너무 식상하고 지루했기 때문이다.이 것 외에도 이 영화의 아쉬움들은 넘치지만 그 부분들에 대해선 다른 리뷰어들이 많이 지적할 테니 나만의 관점에서 본, 지루함의 원인 한 가지를 짚어볼까 한다. 이 원인은 기술적인 부분이다.이 영화는 한국말을 잘 모르는 일본 감독이 한국 배우들의 연기를 디렉팅 했다. 여기서 발생
불가용어에 ‘시절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간단하게 말해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는 뜻이다.허진호 감독 표 로맨스 영화에서 흐르는 흐드러진 감성을 좋아하는데, 특히 영화 은 배우 정우성을 다시 바라보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칭송해마지 않는 그의 출중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그의 연기에서 향이 약하다고 느꼈다.하지만 에서 본 그는 달랐다. 정우성이라는 배우가 아닌, 진짜로 중국 출장 길에 오른 건설 중장비회사 팀장인 동하로 보였다. 동하는 그 곳에서 오래 전 친구 메이(고원원)을 우연히 만난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 코고나다의 작품 드라마와 영화가 동시에 관객을 찾아왔다. 애플오리지널로 애플tv에서 제공 중인 윤여정, 이민호의 한국 시대극, ‘파친코’와 미국의 근미래를 그린 영화, ‘애프터 양’이다. 드라마 ‘파친코’와 영화 ‘애프터 양’은 결이 비슷하다.‘파친코’는 지금부터 100년 전 한국의 모습이고, ‘애프터 양’은 100년 후 정도의 가까운 미래 모습이지만 두 작품을 관통하는 화두는 ‘가족’과 ‘정체성’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이다. 감독의 작품은 모든 것이 혼재돼 있고, 모든 인물이 흔들리며 살아간다. 흔들리지 않
프랑스와 미국에서 공부한 작가, 81년생 조승연은 재미있는 입담과 왕성한 호기심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크리에이터다. 젊은 세대가 꿈꾸는 자유로운 삶을 위한 조건을 두루 겸비해서 국경과 전공을 넘나드는 작가로 활약 중이다. 그의 저서 『시크하다』는 프랑스인을 바라본 한국인의 시선으로, 낯선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프랑스인은, 모든 자유는 성적 자유에서 출발한다고 굳건히 믿는다.미국인은 성 앞에서 어색해하고,프랑스인은 돈 앞에서 어색해한다조승연은 프랑스와 영어권을 성과 돈을 대하는 태도로 구분한다.사랑을 제
2022년 대한민국은 ‘영끌족’, ‘벼락부자’, ‘주님 위에 건물주님’ 같은 자극적이지만 무시할 수 없는 가치들이 범람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노동의욕을 꺾어 버리는 (아파트로 대변되는) 부동산 광풍에 휩싸여 있는 동안, 우리에게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품게 되었다. 장밋빛 미래와 현명한 투자, 그리고 계층이동과 우월감까지, 다층의 의미를 내포하면서 끝없이 비교하게 만들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상대적인 박탈감에 잠 못 들게 한 고민거리, 이제 집의 본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시대에 뒤쳐지거나 경제관
코로나로 극장가와 영화계가 몸살을 앓는 동안에 숨죽은듯 조용했던 영화관에서 오랜만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상영 중에 킥킥대는 소리와 탄성도 들리고, 객석에서는 자유롭게 팝콘을 먹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는 박수갈채도 이어졌다. 발리우드로 유명한 인도 영화관에서 느꼈던 낯섦과 비슷한 경험이었지만, 그래도 활기찬 영화관과 관객들의 생기넘치는 에너지가 반가웠다. 오랜만에 설렘과 낯설지만, 싫지 않았던 경험을 하게 한 작품은 이상용 감독의 신작 '범죄도시2'다. ‘장첸’의 극악무도함과 망설임없는 살인에 긴장으로 점철되고 두려움이 지배했던
인간의 뇌는 주름이 많다. 뇌과학자가 아니라면 다른 생명체들의 뇌와 차이점에 관심을 가질 일도 없고, 궁금해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대부분 모든 생명체는 두개골과 뇌의 크기가 비례할 거라는 크기 정도만 생각하겠지만, 파충류와 포유류의 뇌는 극명한 차이가 있다. 그것이 주름이다. 심지어 태아의 경우에도 18주까지는 주름이 없다가 20주 넘어가야 주름이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뇌의 주름은 어떤 기능을 할까? 주름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름이 없는 뇌’를 가지고 태어나는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자에 프로그래밍
2021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드라이브 마이 카’가 지난 3월 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까지 수상했다. 감독은 포스트 ‘고레에다 히로카즈’라 불리며 앞으로의 일본영화를 이끌어갈 거목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봉준호' 감독은 영화‘드라이브 마이 카’를 극찬하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을 향해 ‘집요하게, 끈기 있게, 결코 초조하지 않고, 착실하게’ 자신이 전달하려는 곳에 제대로 도달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전작 에서 이미 거장의 분위기가 감지되었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드라이브
좋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좋은 사람의 기준은 무엇일까.영화를 보는 내내 답답하고 한 번씩 쿵하며 마음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왜 일까. 어쩌면 내 안에서는 이미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어떤 상과 보편적 기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인생을 살다보면 백 프로 선인도 백 프로 악인도 없다는 걸 우리는 알게 된다. 그러니 ‘좋은 사람’이라는 말 자체가 사실은 기준이 없는 말이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악랄한 이가 누군가에겐 자상한 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